867년 3월, 아왈딘
루겐은 문득 "희소식은 홀몸이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누가 한 말이더라. "루겐, 오늘 점심 당번은 빠져라." 그리고는 진짜 그래도 되냐고 묻는 루겐에게 리처드는 홀 한 구석을 가리켰다. "대신 저거 좀 멜키세덱에게 갖다줘라. 중요한 물건인데 깜빡 잊었단다." 고블린 한 쌍이 들어가 가족계획을 설정해도 될 법한 크기의 나무상자가 하나 거기 있었다. 시청까지는 한적한 새벽에도 왕복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다. 봄비치고는 폭우라 할 만한 날 먼 곳까지 무거운 짐을 배달하는 대신 점심 지옥으로부터 해방,이라... 루겐은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린다. 운반자를 위한 배려인지 배낭처럼 상자에 달린 끈을 어깨에 두르며 '이런 건 옮기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게 진짜 배려지' 하는 생각에 그는 잠시 실소한다. 그나마 크기에 비하면 꽤 가벼운 편이다. "다녀오리다." 아무도 돌려주지 않을 인사를 남기고 가게 문을 나선 루겐은 잠시 돌아본다. 단단한 서체의 입간판 만이 그를 배웅해 주는 것 같았다. <뉴비즈>
"비 오는 날의 항구는 회고적인 말...이라고 했었던가." 또 과거의 담론이 불쑥 살아났다. 추억과 회고를 구분하는 기준은 의도성이라는 누군가의 정의가 그 뒤를 따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생각들은 회고인지 추억인지 고민하는 대신, 루겐은 재빨리 몸을 숙였다. 핏물도 생생한 생선 모가지가 간발의 차로 좀전까지 루겐의 이마였던 공간을 관통한다.
사관(史官)들이나 좋아할 옛날부터 항구는 아왈딘이라고 불렸다. 왕국 공용어권에는 다소 낯선 발음에는 저 머나먼 남쪽에서 배를 타고 온 어느 이방인이 세운 도시라는 믿을 만한 설명이 뒤따른다. '왕국의 걸음마를 목격한 늙은 부두여'라는 노랫말 루겐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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