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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 First Edition

Unfinished Business(since high school 2nd grade)



[정모상원] #1 O/R Pt2. F.Forester


 

    867년 3월, 아왈딘


    루겐은 문득 "희소식은 홀몸이 아니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누가 한 말이더라. "루겐, 오늘 점심 당번은 빠져라." 그리고는 진짜 그래도 되냐고 묻는 루겐에게 리처드는 홀 한 구석을 가리켰다. "대신 저거 좀 멜키세덱에게 갖다줘라. 중요한 물건인데 깜빡 잊었단다." 고블린 한 쌍이 들어가 가족계획을 설정해도 될 법한 크기의 나무상자가 하나 거기 있었다. 시청까지는 한적한 새벽에도 왕복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다. 봄비치고는 폭우라 할 만한 날 먼 곳까지 무거운 짐을 배달하는 대신 점심 지옥으로부터 해방,이라... 루겐은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린다.  운반자를 위한 배려인지 배낭처럼 상자에 달린 끈을 어깨에 두르며 '이런 건 옮기지 않고 그냥 놔두는 게 진짜 배려지' 하는 생각에 그는 잠시 실소한다. 그나마 크기에 비하면 꽤 가벼운 편이다. "다녀오리다." 아무도 돌려주지 않을 인사를 남기고 가게 문을 나선 루겐은 잠시 돌아본다. 단단한 서체의 입간판 만이 그를 배웅해 주는 것 같았다. <뉴비즈>
    "비 오는 날의 항구는 회고적인 말...이라고 했었던가." 또 과거의 담론이 불쑥 살아났다. 추억과 회고를 구분하는 기준은 의도성이라는 누군가의 정의가 그 뒤를 따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생각들은 회고인지 추억인지 고민하는 대신, 루겐은 재빨리 몸을 숙였다. 핏물도 생생한 생선 모가지가 간발의 차로 좀전까지 루겐의 이마였던 공간을 관통한다. 
 
    사관(史官)들이나 좋아할 옛날부터 항구는 아왈딘이라고 불렸다. 왕국 공용어권에는 다소 낯선 발음에는 저 머나먼 남쪽에서 배를 타고 온 어느 이방인이 세운 도시라는 믿을 만한 설명이 뒤따른다. '왕국의 걸음마를 목격한 늙은 부두여'라는 노랫말      루겐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였다.

무제 - 노래가사에 대한 답례 : 01 e.t.c



     Puff, the magic dragon lived by the sea... - Peter, Paul & Mary 노래, <Puff, The Magic Dragon> 가사 일부


  
     막 선내로 진입하려는 라빈스키의 눈에 작은 움직임이 포착됐다. 하역장 쪽, 화물용 컨베이어벨트 위를 크고 작은 두 개의 그림자가 슥 지나간다.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화물 승강장을 빠져나온 그것은 트랩 아래를 가로 질러, 그러니까 승강장을 지나쳐 갔다 행여 누가 볼까 조심스럽게. 
     닷새하고도 세 시간여를 기다린 일생일대의 순간이었지만 라빈스키는 고민하지 않았다. "취재 부탁!"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는 여태껏 올라온 트랩을 달려 내려갔다. 그리곤 뒷통수를 챌 듯이 닥쳐오는 고함에 귀 기울이는 대신 난간을 그러쥐었다. 그 정체 모를 손님들을 뒤쫓기 위해선 트랩 밖으로 뛰어 내려야 했다. 


     뺨을 흐르는 땀방울을 느끼며 라빈스키는 회중시계를 꺼내들었다. 11시 14분. 30분 좀 넘게 걸렸나. 실로 투박한 추격전이었다. 승강장을 통해 이런저런 수속을 거쳐도 채 15분이 안 되는 거리 그러나 상대는 견학이라도 온 것처럼 바실론 항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고 그 내내 휴양지의 햇살은 라빈스키를 난타했다. 이 추격전의 결말이 작년처럼 실패였다면 그는 정말 울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외투를 벗어 왼 어깨에 올린다. 생각 같아선 넥타이도 풀어버리고 싶지만 꾹 참았다. 
     라빈스키의 타겟인 2인조는 지금 항구 앞 삼거리에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중이다. 미행을 주의하기보단 관광객의 낯설어함 그 이상은 아닌 듯 했다. 한 명은 190은 되어 보이는 키가 빼빼 마른 체격과 슬림한 정장으로 인해 더더욱 크게 느켜지는 사내다. 대략 30대 후반의 백인, 면장갑에 나비 넥타이 그리고 각모까지 누가 봐도 딱 기사였다. 차 대신 커다란 캐리어를 하나 끄는 게 의외라면 의외다.           
        
                

 

     
     
     

      
     


  
   
     

[정모상원] idea - a knight's tale O/R Pt2. F.Forester




  "무슨 일 있었어요?"
  묵묵히 저녁을 입 안에 떠넣고 있던 한이 불쑥 물어온다. 루겐은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일이라니."   
  때마침 식탁 위의 빈 술병들이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한은 어렵사리 연 말문을 화들짝 닫아버린다.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
  정적이 흐른다. 루겐은 기어이 나락의 전주곡인 네 번째 레몬틸라도의 마개를 따고 말았다. "세상에 믿을 놈 따윈 없다" 숙부님 가라사대, 알고 지낸지 한 달도 안 된 이에게 말을 고르는 것은 정당한 생존술이다. 그 상대가 야심한 시각에만 찾아오고 모자 속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는 자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 침묵이 계속되는 것도 그리 달갑지는 않다. 이미 짧다고 하기 어려워진 그 시간은 며칠 간 루겐이 잊고 있던 자신의 현주소에 대한 명백한 증거다. 이 북적이는 대도시에서 안주 없이 술 세 병을 내리 비워도 어디 하소연할 구석 하나 없는. 그러는 사이 그릇을 다 비운 한이 의자를 밀고 일어난다.
  "저녁도 다 먹고 했으니... 간만에 일 하러 가볼까요? 자자, 얼른 일어나요." 
  얘가 얘기하다 말고 왜 이럴까? 난데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얼떨결에 따라 일어서는 루겐의 정수리에 말들이 쏟아졌다.
  "남한테 얘기하기 힘든 일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곱씹는 거보다 나가서 그냥 산책이라도 하는 게 나아요. 그렇게 뭐라도 하다 보면, 뭐 물론 안 좋은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야 않겠지만 적어도 그러고 있는 동안만은 잊을 수 있거든요." 숨이 찬 듯한 마무리 "...그러니까, 저는 그렇다구요."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는 밤손님을 멈춰 서서 돌아보게 하는 데 또 시간이 걸렸다. 
  "예전 약혼녀를 만났어."
  그러나 다시 자리에 앉는 건 정말 빨랐다. "예?"  숙부님 또 가라사대, "일단 결정했으면 멈추지 마라. 주저하면 죽어. 그게 전장이다." 그리고 못난 조카는 부엌에서 들고 온 잔을 채워 상대에게 건네며 또다시 시간을 끈다. 숙부님, 여긴 전장이 아니올시다.
  "아아... 오늘 길에서 내 약혼자였던 여자를 만났다고."
  뱉어놓고 보니 왜인지 그닥 별 게 아니구나 싶어졌다.  반면 한은 모자챙 아래쪽으로 당황스러워 하는 입매를 내비친다. 
  "약혼...녀요?"
  "정확하게는 전 약혼녀."
  더더욱 당황하는 밤손님. "에? 약혼녀는 약혼녀인데 전, 약혼녀라시면 그건 더이상 약혼녀가 아닌 건데....?"     
  "그런 셈이지. 아니, 바로 그래."
  이해 못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은 더 물고 늘어지지 않았다. 루겐에겐 고마운 일이었다.
  "어떻게 만나신 건데요?"
  "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 되서 야채 몇 가지가 떨어졌어. 그럴 땐 보통 내가 사러 가지," 담담한 현실 고백 "쫄짜니까. 하여간 야채 사는 단골이 마크판사라는 덴데 여기가 유명한 게 나와서 주는 시간도 아깝다고 길 건너로 막 던져. 그래도 주문 틀리는 일은 없는데 오늘은 왠 일로 당근 대신 토마토를 주더라고. 잘못 줬다고 도로 던지는데 그 중간에 걸어들어 오다가 정통으로 맞고 좍 뻗어버리더군."   
  한의 목소리에 살짝 웃음기가 묻어났다. "토마토를 요?" 끄덕 "그것도 얼굴에?" 다시 한번, 끄덕.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네요, 당근이었다면 다쳤을 텐데."
  "아아... 생각해보니 그렇군. 어쨌든 그땐 정신이 없었어. 달려가서 괜찮느냐, 빤히 보이는데 그냥 오다니 당신 바보냐 어쩌구 하면서 일으켜 세우고 얼굴을 닦아주는데..."   
  
  

brain storming - 한계파열의 문자에 답함 e.t.c



  케이스는 문득 자신이 죽지 않았음을 발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을 저주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좁은 조종석은 추락의 충격으로 짜부라져 그를 짓누르고 망가진 냉각장치는 주인이 의식을 잃은 시간을 미친 듯한 열기로 바꿔 놓았다. 가빠오는 숨- 폐소공포 증상-을 억누르려 애쓰며 케이스는 필사적으로 스틱을 당기고 페달을 밟아 댔으나 사지가 끊긴 것 같은 아픔이 돌아올 뿐이었다.  

「케이츠-!!!!」

  그나마 통신기는 안 부서졌네. 넨장. 그게 어디로 튈 지에 생각이 미쳐 케이스는 뱉으려던 침을 간신히 삼켰다.

「케이츠! 케이츠! 오 이런, 케이츠!!! 안 죽었지? 살아있지? 빨리 대답해 이 망할 인간아!!」

  폐소공포증을 말끔히 날려준 것만은 감사하며 케이스는 꽥 소리쳤다.

  "그 찢어 죽일 주둥이 좀 닥쳐! 이 빌어쳐먹을 마법사야!"  

  스피커는 주인의 말에 복종하는 대신 비명에 가까운 하이 톤의 환호성을 쏟아냈다. 케이스가 침묵한 것은 어디까지나 바로 그 순간 찢어진 이마와 거기 박힌 날카로운 조각들을 느낀 탓이다. 마찬가지로 그가 . 환호성이 숨차는 헐떡임으로 바뀔 때까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다음부턴 운석 쪼가리나 불화살 쏘기 전에 그렇게 해라. 아니, 아예 그런 거 나한테 쏘지 마. 그리고 내 이름은 케.이.스.야, 이 멍청한 년."

  헐떡임도 그친 뒤에, 약간 쉰 목소리가 돌아왔다.「그러게 누가 다짜고짜 '넛크래커'를 끌고 오라고 했나요.」케이스는 순간적으로 상대의 꽁한 얼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그 큰 귀를 반쯤 세운 -을 바로 앞에서 본 듯한 착각을 느꼈다. 800살이라는 나이는 대체 어디로 쳐드신 거냐.

「음, 음! 어쨌든 간에, '넛크래커'는 움직일 수 있나요?」
  "아아, 냉각장치까지 나갔어. 쪄죽을 것 같아. 게다가... 탈출장치는 당연히 작동 안 하겠군. 고마워 벨라, 간만에 수리비 단단히 깨질 것 같아."  
「...알았어요, 케이츠. 조금만 기다려요. 고드할트를 그 쪽으로 보낼 게요.」
  "다른 거 안 될까? '골렘 사냥꾼'이 골렘한테 구조 받는 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 아 근데 케이스라니까, 이 년아!"   

  의기양양한 웃음소리가 돌아올 뿐이었다.

    


  아이언 메이든의 형국으로 조종실을 뚫고 들어온 아이스 '볼트'- 굵기가 자기 허벅지 2배인 -가 녹은 물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받아 마시려 있는 힘껏 혀를 내미는 한편 그 얼음덩이들을 피하려 사력을 다하던 좀 전의 자신이 떠올라 케이스는 실소했다. 찢어진 이마에 얹힌 물줄기 탓에 그리 오래가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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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시각 새벽 2:20... 나 잠 좀 자자-_-;;;;; 정작 내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 부분은 건드리지도 못했군. 내일을 기약할 밖에.


[정모상원] Idea - 등을 보여주는 자의 시야 2/2 O/R Pt2. F.Forester


 Outsiders's Rhapsody - Part2. Finding Forester 

   왕국력 868년 10월, 플룸바겐 남부 - idea chapter: 등을 보여주는 자의 시야

  "Enough."  - 마크(앤드류 링컨), 영화 <러브 액츄얼리> 중에서
  
  "다들 괜찮지?"
  메르세데스의 그 말은 승전 나팔과 비슷한 작용을 했다. 모두들 비로소 난전의 가장자리에서 허겁지겁 기어나와 승리를 음미했다. 꽤 긴 시간이 숨 고르기에 소모되었고 따라서 자각은 좀 늦었다.
  우르칼은 심호흡을 그친 뒤에야 이런저런 상처와 시안을 가리고 선 자신을 발견했다. 손 내민 상대의 의미를 불현듯 깨달은 흑기사가 거창하게 어깨를 출렁인 덕에 한은 손목이 꺾여 비명을 질렀다. 갑작스레 서로의 얼굴을 뜯어보는 시선이 난무했다. 30분여 전의 적은 동료 비스무리가 되어있었다.  
  루겐은 가까스로 숙부의 말을 떠올렸다. '전장에선 많은 일이 가능하다.' 그러나 어색함에 치가 떨리는 그 풍경에 동참할 이유까지는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그는 혼자서 습격자들의 시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상사병 환자의 상으로 레인에게 말을 거는 프라이어가 보였다. "많이... 아프냐" 루겐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그러니까, 주검 속에 숨어있던 생존자의 다리걸기로 피가 질펀한 흙탕 위를 구르기 전까지는. 겨우 시야를 회복했을 때 녀석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대신 광분한 프라이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참으로 잘하는 짓일세."
  "...미안."
  "닥치고, 너 도대체 뭐하는 또라이냐? 키는 멀대같이 커서 쬐만한 놈한테 줘터지기나 하고. 산 놈은 잡아다 족치라고 있다는 거 모르는 놈이 어디 있어?! 꼴에 갑옷은 거창하게 입고선 그래 하는 짓은 하여간 덜 떨어진..." 
  루겐은 이번에도 고약한 망령을 한 대 때려주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만족했다. 방패가 휘저어 놓은 얼굴과 입이 다시 본모습을 찾기까지의 제법 긴 시간 동안 프라이어는 침묵을 강제 당했다.
  "정찰조...라네요, 이 사람들. 플룸바겐의 치안관이 8명, 운타켄트가 2명, 나머지는 용병이군요."
  정적이 흘렀다. 루겐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어떻게 알지?"
  우르칼의 상처를 돌보다 말고 한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직접 들었어요. 아시잖아요, 아스할트 경."
  그제야 한은 메르세데스와 시안의 경악을 눈치챘다. 이 시대 최고의 현상범은 한숨을 쉬었다.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다들"
  "뭐 좋아." 프라이어가 다시 날카로운 눈을 한다. "정찰조라는 건, 본대도 있다는 뜻이렸다?"
  "130명 정도. 지휘는 플룸바겐과 단더발덴이 주축이고 운타켄트는 소수래요. 물론 대다수는 용병이고요."
  "거리 유지 명령은?" 한은 어리둥절했다. "예?" 
  "본대와 일정 간격 유지하는 거, 그런 것도 몰라!" 프라이어는 한껏 으르렁댔다.
  "아, 어, 본대와의 거리를 2 노둡 이상 벌리지 말랬대요. 얼마나 떨어졌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다들 비웃었다는군요."
  프라이어는 비관적으로 투덜거렸다. "젠장, 걸어와도 밥 한끼 먹을 쯤이면 닥치는 거리잖아. 좆됐는데?"
  "그거야 아까 그 녀석이 무사히 돌아갔을 때 얘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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